넷플릭스에서 인기 프로그램으로 추천하던 "DP"를 드디어 봤습니다.
군필자로서 리얼한 상황 설정 및 전개에 감탄을 금치 못했었습니다.
남자분들은 '그래 나 때도 저렸었지' 라고 감회에 젖는 분이 꽤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DP (출처 : 넷플릭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네요.
"말해봐요! 나한테 왜 그랬어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
이 말이 엄청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군대에서는 아니지만 저한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거든요.
군대 뿐 아니라 회사라는 조직에서도 은연중에 업무 폭력이 가해집니다.
회사를 이직하여 경력사원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는 사람들은 뭔가 보여줘야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그런 압박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경력사원에게 상대적으로 과도한 업무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새로운 회사로 이직했을 때 입사 첫날부터 이것저것 많은 일들이 주어졌습니다.
기존 직원들은 경험이 없어서 못한다. 당신은 경험이 있으니까 잘 할 수 있지 않느냐 가 바탕에 깔려 있었죠.
어쨌던 저도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니 의욕과 열정을 가지고 제법 열심히 했습니다.
하나의 미션이 끝나면 또 다른 미션이 주어지고 어쨌든 해 냈습니다.
어느 순간에 보니 5~6개의 미션을 동시에 핸들링하면서 정신없이 일하고 있더라고요.
하나의 프로젝트에 대해 기회를 발굴하고,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Build up 하는 과정은
상당한 많은 집중력과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이런 일을 수개월 동안 거의 혼자서 처음부터 마지막 과정까지 모든 일을 기획하고 리딩하다보니
엄청난 스트레스가 발생했고, 체력적으로 소진이 되었습니다.
혼자서 업무부담에 허덕이고 있을 때도 기존 직원들은 경험이 없어도 안돼. 못해 라는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몇 번 정도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같이 일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보고했음에도
그다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입사 후 9개월 정도를 미친 듯이 일하다 보니,
집에 오면 쓰러져 자고, 아이와 부인에게 툭하면 짜증내고 소리치는 사람으로 변해 있더군요.
아, 내가 지금 여기에서 뭐하고 있는 거지?
내가 무엇때문에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 거지?
스스로를 돌아보았더니 다른 직원의 편안함과 회사의 요구를 위해 지나치게 희생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회사에 통보했죠.
이런 체계로는 더이상 일할 수 없다고.
소수의 희생만 강요하는 곳에서 더이상 함께 할 수 없다고 말이죠.
돌아오는 답변이 DP 와 너무 똑같았어서 충격이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마구 일을 맡겨도 다 해 내니까...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고 말입니다.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 가 아니라
"힘들지?...뭐를 도와줄까? 우리 같이 해보자"라는 말을 듣고 싶었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업무 폭력을 당해왔고, 이에 대해서 강하게 반발하니 회사도 한발 물러서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미안했는 지 한달 정도의 유급휴가를 제시했습니다.
가족과 휴가를 보내면서 잃어버렸던 남편과 아빠의 신뢰를 조금씩 회복시켜나갔습니다.
휴가 후 복귀를 했고, 회사는 크게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저한테 주어지는 일들을 제어하기 시작했고 바로바로 제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그리고 저한테 주어지는 일들을 최소화하고, 스스로 일을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불합리하고 과도했던 업무 부담이 줄어들게 되었고,
저는 주도적으로 일을 추진해나가면서 휠씬 적은 에너지를 들이면서도 효율적으로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DP 에서의 폭력은 군대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회사와 같은 조직에서도 늘 만연해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DP 의 윤일병 같은 직원으로 취급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도록 조직문화를 바꾸어가는 게 제일 좋겠지만,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일입니다.
결국 스스로를 지키는 게 좋겠습니다.
인생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재점검하고, 최우선순위를 회사나 업무성과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인생의 주인은 바로 자신이고,
회사의 직원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아빠이자 남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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