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산골교사의 사랑이야기입니다.
어린 학생들에 대한 눈물겨운 사랑이야기입니다.
마지막 장을 넘긴 순간, 소름이 돋고 깊은 감정이 일렁였습니다.
상처로 마음이 닫히고 서로를 괴롭히던 아이들이 "그루터기"라는 글쓰기수업을 통해
변화가 됩니다.
아이들은 글쓰기를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되고, 상처를 표현하게 되고, 치유가 되는 놀라운 변화를 겪습니다.
무엇보다 상처로 닫혀 있던 아이들이 순수한 시각으로 마음을 드러내고, 서로를 위로하고 공감하게 되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권일한 선생님은 아이들을 통해 본인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하는군요.
평범한 선생이었던 자신을 진짜 선생님으로 만들어준 것도 바로 아이들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시간 되시는 분들을 꼭 일독해보시기를 강력 추천드립니다.
이 책에 대한 여운이 참 오래갈 것 같아요.
좋은 글귀들이 많아서 아래와 같이 정리합니다.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가 올라와 코끝을 찡하게 때리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가 대견스럽거나 기특해서가 절대가 아니었다.
엄마한테 징징거리고 어리광 부릴 나이에 벌써 세상을 알아버리 듯한 아이......
미안한 마음에 말도 꺼내지 못하고 아른거리는 눈물을 참으려 애썼다.
이 녀석이 집에서 밥하고 빨래만 하는 줄 알았는데 힘들게 살았구나 생각하니,
너무 미안했다.
권일한, "선생님의 숨바꼭질", p.42
'학교 오늘 길' - 일기
집에서 자두를 딴다. 살구도 따서 먹는다. 뱀을 본다.
거미줄을 본다. 오면서 친구 생각을 한다. 산도 본다. 1학년 친구들을 생각한다.
학교에서 노는 게 좋다. 네잎 클로버를 본다. 신이 난다.
권일한, "선생님의 숨바꼭질", p.155
내가 떠난 이듬해에는 여자 선생님이 아이의 담임이 되어 엄마처럼 보살폈다.
얼마나 좋은 분인지 목욕탕에도 데려가고 맛난 것도 사주었다.
머리를 빗어주고 옷매무새를 다듬어주었다.
따뜻한 보살핌과 사랑이 되었다.
내가 엄한 아빠 노릇을 해준 뒤에 자애로운 엄마가 되어주었다.
여선생님이 1년 동안 아이들 보살피고 경기도로 떠나는 날,
아이가 울며 매달렸다.
"선생님이 우리 엄마면 좋겠어요. 가지 마세요. 선생님! "
권일한, "선생님의 숨바꼭질", p167
아침마다 아이들과 마을을 달렸다. 왕복 1.5킬로미터를 뛰고 우유를 마셨다.
높이 쌓인 눈 더미 사이에서 아이들은 이렇게 맛있는 우유는 처음 먹어본다면 즐거워했다. 반짝반짝 빛을 퍼뜨리며 흐르는 개울,
늘 같은 자리에서 조금씩 바뀌는 언덕과 산, 논과 밭에서 자라는 곡식......
그 곳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뛰는 모습은
글로 쓰지 못하는 동화였고, 붓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그림이었다.
권일한, "선생님의 숨바꼭질", p203
지금까지 글 써던 방식을 바꾸었다. 마음에 감춰둔 아픔을 꺼내고 또 꺼냈다.
아이들은 견디기 힘든 현실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려고 '새가 울듯이' 글을 썼다.
울면서 글을 쓰고 다음 시간을 기다렸다.
몇몇 아이는 아픔과 고통을 고스란히 꺼냈기 때문에 문집을 만들어줘도
가족에게 감추었다. 가족들 몰래 혼자 보는 데도 위로가 된다고 했다.
권일한, "선생님의 숨바꼭질", p225
'누나의 피아노'
누나의 피아노는 이제 쓸모가 없는 노인처럼
점점 늙어가고 있는 것 같다.
누가가 손을 안 대니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피아노 건반을 누르면 늙은 소리가 난다.
그런 피아노를 볼 때마다 꼭 아빠 생각이 났다.
고생하시며 돈을 버는데 아빠는 조용히 늙어가고 있다.
그리고 피아노도 아빠와 같이 조용히 늙어가고 있다.
권일한, "선생님의 숨바꼭질", p228
'나에게 쓰는 편지'
내가 지금 너에게 말할게 있다. 제발 울지 말아줘!
네가 우는 모습을 동생이 보면 동생도 많이 울 거야!
그러니 이제 제발 울음을 멈춰줘! 넌 이런 내 부탁도 못 들어주니?
제발 들어줘. 이젠 울음을 그치고 동생에게 당당한 누나가 되어주면 좋겠어.
부탁한다. 내 안에 있는 작은 아이야!
권일한, "선생님의 숨바꼭질", p267
아이들이 보여주는 글이 좋았다. 설명문, 일지, 시라는 형식에 갇히지 말고
마음을 쓰자고 가르쳤다. 마음 깊은 곳에 감춰둔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 쓰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조금씩 치유되었다. 더불어 아이들의 글을 읽고 아이들이 위로받는 모습을
보면서 내 아픔과 상처도 조금씩 아물어갔다.
글은 아이들과 나를 이어주는 강력한 끈이었다.
권일한, "선생님의 숨바꼭질",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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